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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융의 분석심리학을 대하며

knightno 2008. 10. 1. 22:48

칼 구스타브 융(Carl Gustav Jung)은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分析心理學)의 창시자이다.

1875년 스위스 북동부 작은 마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고,스위스 바젤 대학 의학부를 나온 뒤 취리히 대학 의학부 정신과의 오이겐 블로일러 교수 문하에 들어갔다.

그 곳의 교수직에 있으면서 단어연상검사를 연구하여 '콤플렉스' 학설의 기초를 마련하였고 정신분열증의 심리적 이해와 이에 대한 정신치료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이 당시 프로이트 학설에 접하여 한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파의 핵심인물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프로이트의 초기학설인 성욕중심설의 부적절함을 비판하여 독자적으로 무의식세계를 탐구하여 분석심리학설을 제창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자기 자신의 무의식과 수많은 사람들의 심리분석작업을 통해서 얻은 방대한 경험자료를 토대로, 원시종족의 심성과 여러 문화권의 신화, 민담, 동서양의 철학과 사상, 종교현상들을 비교 고찰한 결과, 인간심성에는 자아의식과 개인적 특성을 가진 무의식 너머에 의식의 뿌리이며 정신활동의 원천이고 인류 보편의 원초적 행동 유형인 많은 원형(原型)들로 이루어진 집단적 무의식의 층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더 나아가 모든 사람의 무의식 속에서 의식의 일방성을 자율적으로 보상하고 개체로 하여금 통일된 전체를 실현케 하는 핵심적인 능력을 갖춘 원형 즉, 자기원형이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하였다.

그의 학설은 병리적 현상의 이해와 치료뿐 아니라 이른 바 건강한 사람의 마음의 뿌리를 보다 깊고 넓게 이해하고 모든 인간의 자기통찰을 돕는데 이바지하고 있으며 , 시대적 문화, 사회적 현상의 심리적 배경을 이해하는 기초로서 정신의학이나 심리학, 신학, 신화, 민담학, 민족학, 종교심리학, 예술, 문학은 물론 물리, 수학등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깊은 영향을 끼쳐왔다.

 

융은 심혼(心魂)의 의사(Seelenarzt)로서 자기실현의 가설을 몸소 실천하였을 뿐 아니라 20세기 유럽이 낳은 정신 과학자 중에서 동양사상(東洋思想)을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함으로써 동서(東西)에 다리를 놓았으며, 새 천년(千年)에 인류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제시한 사람이다.

 

동시성 현상이란?

 

우리는 일상 가운데 데자뷰 현상을 가끔 경험한다.

어떤 때에는 꿈에서 보았던 광경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험도 한다.

실로 현대의 인과율과 통계법칙과는 동떨어진 원시적인 경험을 현대인들은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태고적부터 현재까지 인류의 삶 가운데 면면히 축적된 사건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우리는 현대문명의 특징인 합리적인 설명을 기초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

인간의 언어나 정신세계의 광대한 영역을 인간의 적은 경험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의 포용력은 경험의 생경함 앞에서 언제나 쉽게 좌절하게 된다.

이는 문학계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자조라 할 수 있다.

칼 구스타프 융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언어로 설명이 불가능한 경험 속에 산 사람이었다.

융은 이렇게 합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거나, 인과적으로 연결이 불가능한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 과거와 미래의 모호한 맞물림에 대하여 어느 누구보다도 깊이 탐구하였고, 환자들을 돌보면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임상 사례를 체험한 사람이었다.

사실 융의 삶의 대부분은 이러한 '희귀한 체험과 환상'으로 채색되어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성 현상의 세 가지 유형과 그 사례

 

이 첫째의 유형에 관한 융의 경험은 다음과 같다. 융은 지나치게 합리적이어서 치료에 강한 저항을 보이던 여자환자와 분석을 진행하고 있었다. 닫혀 있는 창을 등 뒤로 하고 앉아서 융은 이 환자가 자기의 꿈을 설명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환자의 꿈은 매우 인상 깊은 꿈이었는데, 누군가가 황금색 풍뎅이 모양의 고귀한 보석을 선물로 주는 내용이었다. 순간 등 뒤의 창 밖에서 갑자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융이 소리 나는 곳을 돌아보니 황금색 풍뎅이와 유사한 곤충이 방으로 들어오려 하는 것이었다.

융은 창을 열어 그 곤충을 잡아 환자에게 "여기에 당신의 풍뎅이가 있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건네주었다. 이러한 사건은 환자의 냉철한 합리주의와 지적인 저항에 금을 가게 하였고, 이후에 그 환자에 대한 치료는 매우 원활하게 진행되었다고 융은 말하고 있다.

 

두 번째의 유형에 관한 융의 진술은 다음과 같다. 융이 언급한 이 사례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회고하였던 사례이고, 많은 문헌에 기록된 사건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스웨덴보그는 스톡흘롬에서 큰 화재가 나는 환상을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환상은 환상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 순간에 스톡흘롬에서는 대 화재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상에는 투시, 텔레파시라 불리울 수 있는 것들이 깊이 관여되어 있다고 융은 해석하고 있다. 세 번째 유형에 관한 융의 진술과 경험은 다음과 같다. 융은 1902년 봄에 던(I.W. Dunne)이 꾼 꿈을 인용한다.

던은 꿈에서 자신이 화산에 서 있는 것 같다고 고백하였다. 그 곳은 섬이었고 던은 화산 폭발의 위험을 감지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꿈에서 4,000명의 주민을 대피시키기 위하여 뛰어다니는 꿈을 꾸었다. 며칠 후에 던은 신문을 받아보았다. 그의 시선은 다음과 같은 신문의 헤드라인에 쏠리게 되었다.

"마르티니크의 화산폭발―용암이 도시를 휩쓸어 갔다. 40,000명 이상의 인명 유실."

 

또 다른 경험은 다음과 같다. 한 등산가가 융을 찾아왔다. 그 등산가는 어느 날 밤 높은 산의 정상에서 허공으로 발을 내딛는 자신의 꿈에 대하여 융에게 말해주었다. 융은 그 꿈을 다 듣고 등산가의 앞에 닥쳐올 위험을 알았다. 그리고 융은 꿈이 주는 경고를 강조하여 그에게 스스로 등산을 자제하도록 경고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허사였다. 왜냐하면 그는 결국 등산 중에 발을 헛디뎌 "허공으로" 낙하하였기 때문이다.

자기는 자아의 미래를 감지하고 그것은 꿈으로 전달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등산가는 믿지 않았던 것이다.

 

융의 분석심리학을 대하며

 

현대문명은 합리성에 의하여 바벨탑을 축조하였다. 완고한 탑의 벽돌 하나하나에 깃들어 있는 합리성의 질료는 비합리성을 신화로 매도하였다. 왜냐하면 바벨탑의 세계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포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의 시대는 비합리성이 사멸한 시대이다. 문명사적으로 보면, 융의 동시성 이론은 맹목적인 합리성과 과학성에 찌든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거점을 확보해 준다. 우주만물은 정반대의 두 성질로 이루어져있다는 기본적인 철학을 재조명한 것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신비적 현상을 현대문명의 일반적 과학과 의학의 당연한 일부로 치부해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육체의 여러 장기는 고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각자 활동하는 기능은 다른 영역의 장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눈은 보이지 않는 가스나 공기 등을 보지 못하지만 코는 냄새를 맡으며 혀는 맛을 알아본다. 모든 장기들의 고유 기능을 연구하고 정의하는 의학에서 정신분야만큼은 도저히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상학적인 육체가 있으면 보이지 않는 신비의 정신세계가 있는 것이다.

현대문명의 합리화 과정은 차차 정신분야의 신비적 현상이나 초과학적인 현상들까지 매도하여 인간의 적은 한계를 고착화시키며 광대한 정신세계와 초능력 분야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실체적 현상인 바벨탑의 견고함이 광대한 정신분야의 미개척분야를 한낱 형이하학적 현상으로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두꺼비들의 대이동을 현대문명에서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기능이 일개 작은 미물보다 못해진 이유에 대해 탐구해 보았는가?

우주의 기본을 이루는 두 반대되는 성질의 균형이 깨졌을 때 대재앙이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출처 : 사단법인 카메라타 서울
글쓴이 : Director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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